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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이란 무엇인가 롤랑바르트 비평과 진실(Critique et Vérité)을 통해

된장찌개냠냠 2023. 3. 12.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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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글을 읽고,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듣고, 미술 작품을 감상하고 감상과 비평을 남기는 시대입니다. 롤랑바르트의 저서 비평과 진실(Critique et Vérité)의 비평이란 무엇인가(Qu’est-ce que la critique?) 챕터를 통해 비평의 가치와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비평이란 무엇인가(Qu’est-ce que la critique?) - 이데올로기 비평과 대학 비평

롤랑바르트는 그의 저서 비평과 진실(Critique et Vérité)의 Qu’est-ce que la critique?라는 챕터에서 비평이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전하고 있습니다. 롤랑바르트의 시대에 프랑스 비평은 네 개의 주요 철학 내부에서 발전해 왔습니다. 그것은 실존주의, 막시즘, 정신분석학, 그리고 구조주의입니다. 그리고 이런 당대의 이데올로기에 전적으로 빠져있는 비평들은 이데올로기 비평이라고 일컬어졌습니다.

 

반면, Sainte-Beuve, Taine, Lanson으로 대표되는 전통적 비평인 대학비평이 있었죠. 대학비평은 실증주의 비평이라고도 불리는데, 작품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작가에 대한 모든 자료를 모아서 작품을 해석해야 한다는 작가중심의 비평을 주장했습니다. 또한 학문탐구에 있어서 엄밀함과 객관성을 강조하면서 이데올로기 비평에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이런 주장에 대해서 롤랑바르트는 자신의 생각을 이렇게 펼치는데요. '작가 중심의 해석을 강조하고,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이 작가의 모습을 담고 있어야 한다고 상정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이데올로기'라는 주장입니다. 그가 비판하는 점은 대학비평이 이처럼 편향된 가설을 설정하고 작품에 접근한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그들 스스로 선택한 이데올로기를 엄밀함과 객관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덮어버리며, 그 스스로의 이데올로기를 과학주의를 표방하면서 숨긴다는 점입니다.

 

 

작가가 텍스트에 대해 가지는 권위를 부정하는 롤랑 바르트 비평론

바르트에 따르면 작품은 그 작품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비평가의 심리, 그리고 그 비평가가 속한 사회의 역사에 무관할 수 없으며, 따라서 비평가가 일정한 이데올로기를 취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주의해야 할 점은 비평가가 속한 시대에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그렇게 만들어진 모든 비평은 그 비평 속에 그 스스로에 대한 담론, 즉 자신은 어떤 입장을 따르며 그 이유는 무엇인지 밝히는 내용을 담고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요. 바르트는 대학비평이 이를 부정한다는 점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결국 비평가는 이데올로기를 택해서 그것을 바탕으로 작품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것입니다. 이에 작가 중심의 비평을 주장하는 대학비평과는 다르게, 비평은 작가가, 예컨대 프루스트가 작품 속에서 말한 것이 참인지 거짓인지 발견하는데 전혀 책임이 없다고 주장합니다. 문학작품에는 하나의 의미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작가가 의도한 바가 정답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따라서 비평가의 역할은 하나의 정답을 찾아서 제시해 주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자신의 언어로 가능한 완벽하게 그 작품을 둘러싸서 비평가 시대의 지성을 축조해 내기 위한 과정이라고 보는 것이죠.

 

 

작가와 비평가의 관계에 대해

이 글을 읽으면서 주목했던 점은 바르트가 텍스트의 의미에 대해 작가가 가지는 권위를 상당 부분 부정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러한 주장에 대해 다른 이들이 아닌 작가가 가질 반감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는데요. 작품이 세상에 나오고 나서는 비평가와 독자들이 주체적으로 텍스트에서 의미를 발견하고 새롭게 창출해내기도 합니다. 여기서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은 바로 작가가 전달하고자 했던 자신의 생각이나 주장, 관념 등이 문학 작품에는 정답이 없다는 명목 하에 무시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기준점을 비평가에 둔다는 것은, 즉 비평가마다가 가지고 있는 다른 지식, 관념, 지적 열정 등에 의해서 하나의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텍스트가 전혀 다른 비평 결과물로 나올 수 있다는 것이죠.

 

이런 주장은 '작품 속에 정답이 있다는 것을 상정하지 않고 자유로운 해석을 통해 그 당대의 요구에 부합하는 비평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지나치게 작가의 권위를 부정하면서 작가들을 단순히 그들이 속한 시기의 모습을 표현하는 도구로 전락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는 생각도 하게 만드는데요. 이렇게 실제 텍스트들의 특수성이 무시되고 작가의 메시지가 중요하지 않다는 비평 풍조가 확산되면 일차원적으로 작가의 입장에서 메시지 전달에 대한 그들의 의욕이 상실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은 정반대로 상당한 권위를 등에 업은 비평가들이 작품들을 과잉해석 하는 과정에서 작가들의 의도가 무시되거나 왜곡되고 이것이 또 다른 방식으로 작가들의 창작과정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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